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일이 가치 있나요?
약 3개월 전, 개발 조직이 그동안 추구하던 팀 성과 우선 방식이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조직 내에 개인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 동기부여를 시작해 봤어요.
"성과는 팀을 평가하지만, 개인의 기여도에는 별도의 보상을 주겠다"는 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댔는데요. 도라에몽 틱한 시상식과 액자 없는 상장 같은 가벼운 분위기로 판을 깔고 키치한 소품과 다과로 밀어붙였어요. 말도 안되는 거지만 가볍게 생각하고 해보자 라는 분위기로 받아들여줬음 했거든요.
3달 동안 2명의 수상자가, 한명은 두번이나 선정되며 이 글의 제목 그대로의 질문이 던져지더라고요.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과정부터, 상황, 배경 이 모든 걸 감안해도 가치 있는 일인가요?
어떻게 평가했는데요?
처음엔 AI 기반의 전수 평가가 좋아보였어요. github cli로 모든 팀원의 커밋 정보, PR 정보, Comment 정보 가져와서, 프롬프트 조금 다듬어서 AI 돌렸죠. 프롬프트 조정할때 주로 고려했던 건, 이런 것들 이었어요.
- 커밋의 수보다는 라인 수의 증감에 집중할 것
-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는 일과 불필요한 코드를 제거하는 일은 동등한 가치로 판단할 것
- 병합되지 못한 PR은 낮은 가치로 판단하고, 병합된 PR은 높은 가치로 판단할 것.
- 라인 수에 대한 적절한 기준 점수를 잡고, 기준 점수와 동일한 점수를 병합된 PR에 부여할 것
- PR에 입력된 정보, 제목, 리뷰어의 요청 사항과 반영, 병합까지 걸린 시간 등 PR에 포함된 모든 정보에 대해 가치 판단을 수행하고, 이를 점수화 할 것. 가치 판단의 주요 기준은 Repo의 특성을 따를 것.
결과가 괜찮길래 AI 평가 + CTO 평가 구성으로 5:5 배합을 했어요. 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기준에, 코드만 있는 것은 아니니 그 외적인 요소도 평가 점수로 넣고 싶어서요. CTO 평가 기준은 커뮤니케이션, 이슈 레이징, 자기 PR 등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를 예방하는 모든 행위들을 Slack 기준으로 체크했어요. 얘도 Prompt 잡아서 넘겼더니 제법 근거있게 나와서 그대로 순위 매겼죠.
근데 성과는 팀 단위로 평가하는데 개인의 생산성을 이렇게 전수조사 하듯이 평가하는 느낌이 나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까봐 고민 많이했어요. 엄청 대충 평가한 것처럼 보여야, 다들 가볍게 받아들여 줄것 같아서. 그래서 프롬프트 다 공개 안하고, slack 데이터 같은것도 그냥 별 얘기 안하고 AI 평가 몇점, CTO 평가 몇점. 적당히 GPT 응답값 몇개 보여주는 식으로 퉁쳤죠.
시상식때는 고등학교 상장 같은거에다가 개발팀 MVP라고 써서 주고, 트로피도 쿠팡에서 6만원짜리 구매하고, 시상식은 책상에 스초생 놓고 같이 먹으면서 했어요. PPT도 도라에몽 스타일로 허접하게 만들었어요. 가볍게 생각할 줄 알았고, 그렇게 받아들여지길 원했어요. 너무 성과평가하는 것처럼 안보이게. 성과는 팀이 평가받아야 하니까.
그래서요?
첫 수상자 친구가, 그 다음달에 퍼포먼스가 너무 좋은거에요. 가볍게 가자고 한건데 진짜 너무 티나게 잘하는.. 이번달에 무조건 얘가 받겠다 싶을 정도로. 왜 그렇게 동기부여 된걸까? 왜 갑자기 이렇게 열심히 해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솔직하게 오픈해볼까 싶었어요. 두번째 시상할 때는, 각 팀 리더들 평가도 반영했다고 했어요. AI + 리더 a + 리더 b + CTO 모두 동일한 배점으로. 웃긴게, 저는 AI 평가 점수를 알고 있으니까, 첫 수상한 친구가 또 수상할까봐 그 친구만 일부러 점수 안 줬거든요. 근데 리더 두명 모두 점수 많이 줘서 또 2등하더라고요.
그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제입장에선 어떻게든 그친구가 수상하면 안되는 상태였어요.
다른 사람도 수상하고 나면 그 친구 처럼 동기부여 될까?
걔가 좋은 개발자라,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이걸 검증해야 하니까. 그래서 다른 친구가 수상하게 되었죠.
세번째 달에는 두번째 수상자 친구도 동기부여 된건지 제법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웃긴게, 첫 수상자 친구가 거의 빛이 나게 일 하더라고요. 일부러 2등 준거 때문에 화난건지, 두번 연속으로 2등 주진 않겠지 싶었던 건지. 결국 첫 수상한 친구가 세번째 시상식 주인공이였어요.
그럼, 결국 첫 수상자분이 대단한거 아니에요?
그럴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기와 원인, 결과가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아서,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거에요.
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일이 가치 있나?
- 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일이 가능한가? 같은 코드라도 코드의 수준과 역할, 중요성이 상황마다 다를 텐데.
- 개개인의 생산성을 평가하고 그걸 토대로 개발자의 역량이나 수준을 판단하는 가치로 사용해도 되는걸까?
- 만약 MVP 제도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 친구는 최근 3달동안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을까?
- 이런 가벼운 방식의 cheer up 느낌의 평가가 아니라, 보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 졌을까?
경쟁심이 혹은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나 의지가 있는, 더 나아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그들의 역량에 명확한 가치를 부여해주는 건, 관리자가 해줘야할 의무 같은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Vibe Coding이나 AI의 주니어 포지션 대체 같은, 어찌보면 앞으론 생산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될 미래에, "당신이 우리 팀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자리가 있는 건, 어찌보면 꼭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PS. 고민할 땐 이런 글들도 도움 되더라고요.


